'시장경제' 가르치는 교과서도 없는데…'사회적 경제' 먼저 배우는 서울 학생들

입력 2016-04-19 18:09  

서울시·서울교육청, 2학기부터 초·중·고 수업 편성
협동조합·사회적 기업 상당수
보조금 의존·부실운영에도 "양극화 해소에 기여한다" 평가
전문가 "반기업 정서 조장 우려"



[ 강경민 기자 ]
‘사회적 경제는 양극화와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협동조합은 경제위기에서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하는 등….’

서울 초·중·고등학생이 오는 2학기부터 정규 수업시간에 배울 ‘사회적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다. 서울시와 서울교육청이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경제 교육’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 종사자들과 함께 제작한 교과서다. 헌법에 명시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가르치는 교과서도 없는 마당에 학생들에게 반(反)시장경제와 반기업 정서만 심어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본지 2015년 10월14일자 A12면 참조

서울시와 시교육청이 19일 공개한 ‘사회적 경제 교行?워크북’에는 사회적 경제의 등장 배경과 개념,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공정무역 등에 대한 내용이 기술돼 있다. 시장경제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앞세우고, 사회적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 없이 장점만 나열한 이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과 오해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과서는 ‘사회적 경제 실현을 통해 양극화와 실업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에 불과하다”며 “사회적 경제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사고관을 가르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교과서는 협동조합에 대해 주식회사보다 긍정적으로 썼다. “높은 이윤을 기대할 수 없는 사업에 대해 투자 의욕이 낮은 주식회사와 달리 협동조합은 일자리 확보 등 위기 극복 능력을 갖고 있고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는 식이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춘 협동조합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기획재정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8000개에 가까운 협동조합이 설립됐지만, 이 중 실제로 활동 중인 곳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교과서는 사회적 기업이 “소득 재분배와 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전국 1000여개의 사회적 기업 중 상당수가 정부 보조금에 의지한 채 부실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교과서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및 마을기업, 공정무역 카페 등 서울시의 정책 사례가 다수 포함돼 편향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적 경제 교과서 제작에는 서울시와 시교육청, 시의회 및 협동조합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기업 및 경제계 인사들은 배제됐다. 시교육청은 이 교과서를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관련 교과 수업과 연계한 보조자료로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중학교에서는 ‘인정 교과서’로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인정 교과서는 시·도교육감 승인만 있으면 학교에서 쓸 수 있는 필수과목(국어·영어·수학 등) 외 교과서를 말한다. 시 고위 관계자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사회적 경제 교과서 도입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서울에 있는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가르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교 교과과정에는 경제 과목과 경제 교과서가 없어 학생들이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사회 교과목에 10여쪽가량 시장경제에 대한 내용이 들어 있는 정도다. 이마저도 수요와 공급, 가격 형성 원리 등 원론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사회적 경제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시장경제는 나쁘고, 사회적 경제는 좋은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편향적인 경제관이 학생들에게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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